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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영화 '완벽한 타인'에 대한 나의 시선




완벽한 타인


사람들이 한 데 모여 개기월식을 관찰하며 시작된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와중에도 달의 모습이 변하는 과정을 여러번 지켜본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의 본성을 개기월식에 비유한 것이 재밌는 관전 포인트다. 


내가 지구라면 달은 내가 바라보는 어떤 대상이고, 태양은 내 시야에서 달이 달라보이게 만드는 변수 혹은 주변 환경일 것이다. 하나의 관점만으로 달을 응시하고 있는 나는 달이 변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내 위치나 태양의 위치가 바뀌면서 달에 내 그림자가 투영된 모습일뿐, 달은 변하지 않았다. 그건 단지 지구(나)입장에서 달(대상)을 바라봤을 때의 얘기다. 지구를 벗어나면 여전히 본연의 상태로 존재하는 달을 볼 수 있다. 개기월식이 지구의 그림자 때문이라는 사실도 세상에 알려지고 받아들여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개기월식이 지구의 그림자라면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인데, 그건 사람들이 믿어온 ‘눈에 보여지는 것 밖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모습과 실체는 분명 다른 의미다. 하지만 사람은 본능적으로 보이는 대로 보고, 믿는 경향이 있다. 사람의 모습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사실 내 눈에 비친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 내가 모르는 타인의 모습이 들춰지면 그 사람을 이중적이라고 느끼겠지만, 그 사람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던 또 다른 사람에겐 진실된 면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각도에서는 이미 드러난 사실일테니까.


‘완벽’의 사전적 정의는 “결함이 없이 완전함. 흠이 없는 구슬.”이다. 완벽한 ‘타인’은 말그대로 ‘나와 전혀 별개의 다른사람’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지만.. 실은 ‘완벽한’ 타인, ‘흠이 없는 완전한’ 타인은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타인이다.

누구나 남들이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경험,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나 자신조차 스스로를 속이기도 하며 살아가는데, 타인이 가진 은밀한 이면까지 들춰보고 싶어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휴대폰이라는 매개체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흥미로웠다. 제 아무리 떳떳하게 살아간들.. 사람들에게 모든 걸 보여줄 순 없을테니까. 영화에서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묘사하지만 그게 결국 하나의 단순한 특성으로 묶이기도 한다.


“사람의 본성은 개기월식과 같아서, 잠시 가려져도 금세 드러나버려.” - 완벽한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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