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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은 새로운 우주의 씨앗일까?

Dawoon Crystal 2025. 8. 3. 03:51
An illustration of a black hole. (Image credit: Mark Garlick/Science Photo Library/Getty Images)

중력에 대한 호기심

우리가 ‘중력’을 이해하는 방식은 대부분 3차원 세계에 국한되어 있다. 팽팽하게 잡아당긴 천 위에 무거운 공을 올려놓고, 그 주위를 작은 공이 돌면서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중력을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모형일 뿐이다. 실제 우주에서 중력은 모든 방향으로 방사형으로 작용하고, 그 결과 항성이나 행성, 블랙홀 같은 천체들은 구 형태로 보인다. 적어도 우리 인간의 눈에서는 말이다.

출처: 일반 상대성이론, 위키피디아


그런데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더 높은 차원에서 중력을 관찰한다면, 지금처럼 방사형으로 퍼지는 구 형태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중력이 다른 차원에서 작용한다면

우리가 보는 모든 천체가 구형인 건, 시공간이 작동하는 3차원 공간에서 중력이 가장 안정적으로 작용하는 형태가 바로 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차원에서의 설명이다. 더 높은 차원에서 중력의 구조를 본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모습은 단지 일부분의 투영일지도 모른다. 이건 마치 입체 도형의 그림자가 평면에서 찌그러져 보이는 것처럼, 고차원 시공간의 중력 곡률이 3차원으로 압축된 형태가 지금 우리가 보는 천체들의 모습일 수 있다는 뜻이다.

출처: 박서강 기자, 현실과 착각 사이… 그림자로 세상 보기 (2017.10.12), 한국일보

블랙홀의 에너지는 어디로 가는걸까?

항성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으로 빛과 열을 뿜어낸다. 그리고 일정 이상 수축하게 되면 중력이 극단적으로 강해져서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로 이어진다. 블랙홀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중력의 괴물이다. 심지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을 가지고 있어서, 외부에서 보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절대 알 수 없다. 그럼 그 안은 어떨까?

An artist’s rendition of a supermassive black hole being a “messy eater.” Sometimes matter can be flung off at high speeds in the form of jets—which may create the conditions for stars to form. Copyright ESO/M. Kornmesser


어떻게 이런 고도로 압축된 에너지가 전부 빨려들어가서 어디론가 사라진 것처럼 보일 수 있는지 늘 궁금했다. 항성은 수축한 만큼 에너지를 강하게 내보내고 물리학적으로도 그게 자연스럽게 보인다. 블랙홀은 어째서 그런 발산이 관찰되지 않을까?

그렇게 압축된 에너지가 정말 어디론가 사라진 걸까, 아니면 우리가 관찰하지 못하는 다른 차원에서 폭발적으로 발산되고 있는걸까?

블랙홀 = 새로운 빅뱅?

평소에 우주를 떠올리다 보면 우리가 관찰할 수도, 측정할 수도 없는 거시 세계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할지 늘 상상으로 이어진다.

혹시 블랙홀의 내부 또는 너머로 다른 차원에서 다른 시공간이 시작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나 또는 여러 블랙홀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서면, 그 압축된 에너지가 어딘가에서 결국엔 폭발해서 곧 빅뱅의 씨앗이 되는 건 아닐까?

‘Having started with a black hole, an object into which you could only fall, Rovelli conjures a white hole, from which things can only pour.’ Photograph: Elen11/Getty Images/iStockphoto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상상과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몇 년 전, 물리학을 전공한 한 지인과 대화하면서 ‘혼자 빠져 있는 재미있는 공상’ 정도로 아이디어를 얘기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지인이 찾아보더니 “실제로 이론 물리학자들이 많이 언급하는 가설이더라”고 알려주었다.
 

내심 내가 재미삼아 혼자 상상했던 것들이, 우주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개념이라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설렜다.

“Black holes aren’t the eternal prisons they were once thought. Things can get out of a black hole, both on the outside and possibly to another universe.”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인터뷰 중 (BBC, 2016)


호킹 박사는 생전 인터뷰와 논문에서, 블랙홀과 빅뱅은 모두 ‘특이점(singularity)’에서 비롯되며, 시간과 공간의 시작 혹은 끝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어떤 블랙홀의 내부가 다른 시공간, 혹은 전혀 새로운 우주의 탄생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다.

실제로 일부 이론물리학자들도 블랙홀의 반대편에 ‘화이트홀’이 존재할 수 있으며, 그 출구가 새로운 우주의 탄생 지점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아이디어는 다중우주 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중력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에너지일지도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떠오른 생각은, 지금 우리가 관측하는 각각의 중력이 사실은 고차원에서 하나로 연결된 하나의 에너지 흐름일수도 있지 않을까? 이건 물리학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인 ‘중력은 왜 이렇게 약할까?’ 라는 질문과도 연결된다. 일부 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더 높은 차원을 ‘새어 나가기 때문에’ 우리 3차원 세계에선 약하게 느껴지는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우주를 지탱하는 중력은 더 높은 차원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에너지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A black hole simulation. © Ute Kraus, Physics education group Kraus, Universität Hildesheim, Space Time Travel, (background image of the milky way: Axel Mellinger), CC BY-SA 2.0 DE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de/deed.en), via Wikimedia Commons

우주는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깊다

나는 과학이 밝혀낸 법칙들을 신뢰하지만, 동시에 그 법칙들조차도 지금 이 순간, 인간의 인식이 닿을 수 있는 차원에서 설명된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 그리고 우리 존재 자체가 어떤 더 큰 구조 속에서 블랙홀을 지나 다른 우주로 향하는 여정의 중간 지점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의 물리학 법칙은 우리에게 유효하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인간의 시간과 감각, 사고 체계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의미 없는 공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론 그런 상상에서 비롯해서 우리를 지금보다 훨씬 더 넓은 세계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찾기도 한다.

 

Image: Shutterstock
출처: https://www.humanmars.net/p/spac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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