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olog

이름표 없는 감정


이름표 없는 감정도 있다.

나는 어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항상 근본적으로 그 감정을 왜 느끼게 됐는지 어떻게 해결하는 게 최선일지 혼자 고민하면서 답이 나올 때까지 깊게 파고드는 편이다. 이 상태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가장 이로운 결과로 돌아올지 늘 이유를 붙이고 정답을 찾으려고 했다. 그렇게 해야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좀 더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엔 그렇게 잘 극복해 왔다.
그 나름의 방식이 결과적으로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때가 더 많았다. 그런데 간혹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마주할 때는 방황하고 좌절할 때도 있었다.

두 달 전 우연한 기회로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상담사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았다.
“모든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감정을 일일이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지금 나는 이렇구나.‘하고 그 순간의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해요.”

상담사 선생님 말씀처럼 마음이 혼란스러운 날마다 애써 모든 감정에 이름표를 붙이려 하지 말자.
틀린 감정은 없다. 대신 그 감정을 대하고 풀어가는 방식에서는 좀 더 현명할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느끼고 있구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평소처럼 내가 원하는 내 상태로 돌아올 때까지 앞에 놓인 일을 무던히 해가면 된다.

이미지는 ‘마흔에 읽는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