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Universe

우주의 종말




17세기 독일의 철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의 물음에

미국의 우주론자 로렌스 크라우스는 이렇게 답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멀쩡히 존재하고 있는 우리가, 아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통째로 사라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우주는 인간이 측정하기에 너무도 광활하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우주의 운명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은 우주가 언젠간 종말에 이를 것이며, 그 과정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고 있다.

우리가 추측해볼만한 우주 종말 시나리오가 몇 가지 있다.



이미지 출처: Science Alert (URL: https://www.sciencealert.com/most-advanced-illustris-next-generation-computer-model-universe-simulations)



#1   대파열(Big rip)

대파열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이 은하를 끌어모으는 중력보다 더 커지면서 결국엔 우주를 갈가리 찢어놓을 것이다. 우주 팽창 가속화되어 빛의 속도로 빨라지면 물질을 유지시키는 결속력을 와해시켜 대파열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초창기 우주는 중력의 작용으로 팽창 속도가 느렸지만, 50억 년 전부터 그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는데 과학자들은 그것이 암흑 에너지 때문으로 보고 있다. 몇 년 전, 우주의 팽창 속도가 최초로 측정된 110억 년 전에 비해 훨씬 빨라져 롤러코스터를 보는 것 같다는 사실이 발표되기도 했다. 암흑에너지는 유한한 시간 안에서 우주를 무한히 팽창시킬 것이고, 척력이 너무 강해 중력으로 묶여 있는 물질이 모두 떨어져 나오게 된다. 그러면 우주의 종말은 앞당겨질 것이다. 앞으로 약 200억 년 뒤면 우주는 아주 작은 단위로 찢어져 무엇에도 결합되지 않은 입자들만 서로 영원히 닿지 않는 곳곳에서 적막한 우주 공간을 떠돌게 될 것이다.


빅 립 시나리오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 출처: 허핑턴포스트 (URL: https://www.huffingtonpost.kr/mario-de-leo-winkler/story_b_7749794.html)




#2   대함몰(Big crunch)

대함몰 시나리오는 우주의 시작인 대폭발(빅뱅)과 반대로 다시 한 점으로 축소되면서 종말한다는 가설이다. 우주의 종말은 줄다리기와 같다. 우주의 운명을 놓고 수축과 팽창 사이에 힘 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중력의 힘이 팽창의 힘보다 크면 팽창 속도는 점점 줄어들다가 멈춘 뒤, 우주가 다시 수축하게 된다. 점점 수축하면서 서로 가까워진 물질은 서로의 중력에 더욱 강하게 빨려 들어가게 되고, 고밀도로 압축되어 한 점으로 뭉쳐진다. 결국 초기우주와 같은 하나의 점(특이점)으로 수축하면서 종말을 맞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에서 우주에는 점점 빨라지는 팽창의 힘을 이겨낼 중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함몰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한다.


우주의 팽창과 수축을 나타낸 그래픽

이미지 출처: Quanta Magazine (URL: https://www.quantamagazine.org/big-bounce-models-reignite-big-bang-debate-20180131/)




#3   대동결(Big freeze)

마지막 시나리오는 '열사망'으로도 불리는 대동결이다. 이것이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우주 종말의 모습이다.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으니 앞으로 계속 팽창할 경우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게 될까? 우주가 계속 팽창할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는 이미 1970년대에 나왔다. 동결, 즉 얼어붙는다는 말이다. 공간의 밀도가 낮아지면 온도가 낮아다. 실제로 우주는 초창기 엄청난 고온의 작은 에서 부풀어 오르면서 밀도가 낮아지고 지금의 온도까지 차갑게 식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모든 원자들은 열에너지가 감소하여, 더 이상 어떠한 운동이나 에너지가 존재할 수 없는 절대 온도 0K(섭씨 -273도)에 이르게 된다. 결국 우주의 모든 별들은 서서히 빛을 잃으면서 차갑게 식은 채 적막한 암흑 속으로 빠져든다. 


이미지 출처: Google, 재가공 이미지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워드 해리슨(1919-2007)은 서서히 진행되는 우주의 파멸을 다음과 같이 실감나게 묘사한다.


별들은 깜박이는 양초처럼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하면서 하나씩 꺼져가고 있다.

거대한 천체의 도시인 은하계들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수십억 년이 지나면서 어둠이 깊어져가고 있다.

이따금씩 깜박이는 빛 하나가 우주의 밤을 잠시 빛내며, 

어디선가 활동이 생겨나 은하계의 무덤이라는 최종 선고를 약간 연기시킨다.





2018/09/03 - [Universe] - 우주의 시작



참고 서적

이광식,  『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 토픽』, 들메나무(2016), p80~85.


참고 자료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우주의_종말

고호관, "우주의 종말은 뜨거울까? 차가울까?", 디라이브러리(2013/12),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312N005

Mario De Leo Winkler, "우주는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는가?",  허핑턴포스트(2016/07/07), https://www.huffingtonpost.kr/mario-de-leo-winkler/story_b_7749794.html



'Blog > Univers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 세이건이 바라본 창백한 푸른 점  (0) 2019.04.23
우주의 시작  (2) 201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