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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Universe

우주의 시작




"왜 세상에는 아무 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가 있는가?"



17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1646-1716)는 이렇게 물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물질은 언제,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 질문에 벨기에 가톨릭 신부이자 천문학자인 조르주 르메트르(1894–1966)가 최초로 과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1927년, 그는 논문 <일정한 질량을 갖지만 팽창하는 균등한 우주를 통한 우리은하 밖 성운들의 시선 속도에 대한 설명>을 발표했다. 

고밀도의 에너지가 압축되어 있는 '원시 원자'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우주가 탄생했다는 이론이다.




이미지 출처: Giphy (URL: http://gph.is/1MnxK1T)



#1   빅뱅 이론의 탄생

르메트르는 우주 기원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원시 원자에 대한 가설'이라 불렀다. 이 가설에서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며 이러한 팽창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의 기원, 즉 '어제없는 오늘 The day without yesterday'라고 불렀던 태초의 시공간에 도달한다는 이론을 펼쳤다. 당시 사람들은 오랫동안 믿어온 정상우주론에 반하는 그의 이론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은 그의 우주론을 듣고는 "당신의 계산은 옳지만, 당신의 물리는 끔찍합니다."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르메트르(왼쪽)과 아인슈타인(오른쪽)  '둘 사이의 서먹함이 느껴지는 건 기분탓일까..'

이미지 출처: Quo (URL: http://www.quo.es/ciencia/grandes-descubrimientos-cientificos-protagonizados-por-el-clero)


주목받지 못했던 조르주 르메트르의 대폭발 이론, '빅뱅'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은 우주가 영원 이전부터 지금까지 정적인 상태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정상 우주론자였다. 그가 라디오 대담에서 "그럼 '빅뱅'이라도 있었다는 거야?"하고 르메트르의 이론을 비꼬았는데, 거기서 빅뱅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2   우주 팽창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은 우주가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의 모든 은하들은 방향에 관계없이 우리은하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으며, 그 후퇴 속도는 먼 은하일수록 더 빠르다는 것이다. 20세기 과학사에서 최대의 발견으로 꼽히는 허블의 발견은 빅뱅 이론의 가능성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가게 해주었다.


에드윈 허블(왼쪽)과 우주 팽창을 입증한 허블의 법칙 그래프(오른쪽)

이미지 출처: (왼쪽)구글 / (오른쪽)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URL: https://astro.kasi.re.kr:444/learning/pageView/6380)





#3   빅뱅의 증거

인간이 알고 있는 모든 차원이 응축되어 있던 한 점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탄생했다는 빅뱅 이론은 30년이 흘러서야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었다. 1964년, 천문학자 아노 펜지어스(1933-)와 로버트 윌슨(1936-)은 우주의 극초단파를 연구하던 중, 안테나에서 우연히 우주배경복사로 불리는 우주 잡음을 발견했다. 이 잡음은 특정 영역이 아닌 우주의 모든 곳에서 균일하게 오는 것이었다. 우주가 탄생할 때 발생한 열기가 식어서 나타난 빅뱅의 잔향이다. 이것은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도 있는데, TV에서 방송이 없는 채널을 틀 때 나타나는 지직거리는 화면 속 1/100은 바로 우주배경복사다.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은 아인슈타인이 주장해왔던 정상 우주론을 물리치고 빅뱅 이론의 손을 들어주었다.


우주배경복사음이 담긴 영상
영상 출처: Youtube




#4   빅뱅 이전

아주 작은 점에서 비롯된 광활한 우주의 탄생. 여기서 또 다른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그렇다면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은 이에 "시간과 공간은 특이점이 빅뱅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그 이전을 말할 수 없다."고 답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도 한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빅뱅 이전에는 (無)의 상태였을까?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Stephen Hawking, 1942년 1월 8일 ~ 2018년 3월 14일)

이미지 출처: Google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 빅뱅은 절대 없었다. 빅뱅으로부터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단지 인간의 관점일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것이란 것도 결국 인간의 이론과 시공간의 한계, 그 범주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속해있는 우주 그 이전을 정의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우주 탄생 이전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은 점으로부터 계속 팽창하고 있다.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인 138억년을 거슬러 간다면 다시 그 작은 점으로 수축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와 모든 것이 담긴 그 작은 점이 바로 특이점(singularity)이다.

특이점에 달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시공간이 멈추며, 모든 물리학 법칙이 기능과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우주가 탄생하는 시점, 그리고 그 이전. 시점과 이전,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서 특정한 부분이므로 시간이 작동하지 않는 영역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차원 안에서 뭐가 있었는지 관측할 수 없다.


빅뱅 이전에 대한 또 다른 관점 1 - 마르틴 보요발트의 '루프 양자 우주론

우주는 무한히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빅뱅 이전에는 이 순환 루프에 따라 우주가 수축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관측 결과는 충분히 나오지 않았으며, 연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관련 기사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66729

빅뱅 이전에 대한 또 다른 관점 2 - 시작과 끝이 없는 '다중우주론'

수많은 다중 우주 중 하나라면, 우주의 시작과 끝은 말할 수 없다. 인간이 말하는 우주의 시작은 다중 우주를 아우르는 우주가 아닌 오로지 인간이 속해있는 우주에서의 시작일 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서 적용되는 물리학 법칙이 다중우주의 다른 우주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다르거나 혹은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가설은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이 역시도 현재로썬 물리학적 법칙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기사 : http://www.sedaily.com/NewsView/1ONI12XECJ





2018/09/05 - [Universe] - 우주의 종말




참고 서적

이광식, 『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 토픽』, 들메나무(2016), p27~32.


참고 기사

조송현, "스티븐 호킹, '빅뱅(Bing bang) 이전'을 말하다", 인저리 타임(2018/03/06)

URL: http://www.injurytime.kr/news/articleView.html?idxno=5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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